조미료의 대명사, MSG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파헤치기
올해는 윤달이 끼어서 그런지 5월 한 달은 비도 자주 오고 날도 예년에 비해 선선했습니다. 2025년 6월이 시작되었네요. 예상하지 못했던 대선이 치러지는 달입니다. 여러모로 중요한 역사적 시기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대선(6월 02일)이 있어 휴일이고, 6일이 현충일로 한 주에 연휴가 이틀이나 됩니다.
이렇게 빨간 날이 연달아 겹치면, 경기가 어렵다면서도 사람들은 너도나도 산과 들, 혹은 바다나 해외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런데 근교를 지나다 보면 가끔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란 간판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라고 해도 될까 말까 한 판국에 왜 굳이 '제일 맛있는 집'이란 타이틀을 걸지 않고 누군가에게 양보를 했을까요?
그렇습니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 제 아무리 맛있다 한들 엄마가 해 주셨던 그 음식에 어찌 견줄 수 있으랴! 그렇다면 과거나 현재의 우리 어머니들은 모두 훌륭한 요리사였을까요?
MSG의 탄생: 어머니의 손맛에 숨겨진 비밀?
일제 강점기의 식량 수탈과 6.25 전쟁을 겪으셨던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들은 극심한 굶주림의 모진 세월을 보내셨습니다. 해방을 맞이하고 6.25가 끝난 1953년 당시 한국의 국민소득은 67달러로 에티오피아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최빈국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이 물산이 풍부하지도 못했고, 그저 한 끼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일 정도로 어렵던 시절의 그 음식들이 왜 그렇게 맛있었을까요?
도쿄대학의 과학자였던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는 아내와 저녁 식사를 하다 문득 "된장국의 국물은 왜 맛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습니다. 그 후 그는 이 의문을 계기로 이것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 결과 기본적인 4가지 맛(단맛, 쓴맛, 신맛, 짠맛) 이외에 **'감칠맛'**이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순수한 글루탐산의 추출 방법을 발견하게 되고, 이렇게 해서 세계 최초의 **MSG(글루탐산나트륨)**가 탄생하게 됩니다.
곡류 중에 글루탐산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밀가루입니다. 밀가루의 글루텐에는 무려 30%가 글루탐산이죠. 야채 중 글루탐산이 가장 풍부한 것은 토마토이며, 이들 식품 중 글루탐산 함량이 가장 높은 것은 치즈입니다. 여기에 글루탐산과 핵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버섯과 고기를 올려 만드는 음식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이런 재료들이 한꺼번에 모두 들어가서 만들어지는 음식이 바로 **'피자'**입니다.
이런 재료들을 사용해 만드는 피자는 MSG 한 톨 없이 자연산 MSG가 가장 풍부하게 들어있는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어집니다.
MSG 제조 방식의 진화와 국내 도입
초창기 MSG의 비효율적인 생산은 이후 곡류 중 글루탐산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밀가루의 글루텐을 가수분해하여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비용이 많이 들고 대량생산이 어려워, 석유 성분인 아크릴로나이트릴 등에 의한 합성 방법이 시도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곧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얼마 가지 않아 중단됩니다. (이러한 생산 방식은 1970년대 초반까지 계속 이어졌으며, 아직도 일본에서는 수출용 MSG를 만드는 데 비공개적으로 일부 이 방식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일본 야후 자료 번역 참조)
이후 기린 맥주로 유명한 요코와 발효공업에 의해 글루탐산 생산 균이 발견되며, 폐당밀(사탕수수에서 설탕을 채취하고 남은 잔재) 등을 에너지원으로 주어 발효시키는 방법으로 글루탐산을 얻는 방법이 개발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창기 한국에서의 MSG는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까지 대중적으로 사용되지는 못했습니다. 고급 식당이나 일부 음식점에서부터 사용되었죠. 그러던 것이 일본의 태평양 전쟁 패전 후 한국과의 교류가 끊기면서 MSG의 공급도 끊기게 됩니다.
MSG의 공급이 끊기면서 그동안 한국에서 천시받던 멸치가 주목받게 되는데, 멸치는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멸치의 멸은 업신여길 멸(蔑) 자를 써서 멸어(蔑魚)라고 하였고, 물 밖으로 나오면 급한 성질 때문에 금방 죽는다고 멸할 멸(滅) 자를 써, 멸어(滅魚)라고도 불렸다"고 쓰여 있습니다.
MSG 파동 이전의 멸치는 이렇듯 멸시당하는 허접한 물고기 취급을 받았었습니다. 사실, 이 멸치에는 이노신산이 풍부하게 들어있고 초창기 글루탐산의 원료였던 다시마와 만나면 감칠맛이 7배나 늘어납니다. 여기에 말린 표고버섯까지 더해지면 10배 가까이 맛이 상승합니다.
그러나 멸치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던 국내에서 1956년 드디어 대상그룹이 일본 견학 후 MSG인 미원의 생산에 성공합니다. 이후 미원은 당시 주부들에게 최고의 명절 선물로 자리 잡게 되고, 대도시부터 시골까지 우리의 할머니와 어머니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식재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과 같이 풍부한 식재료가 부족했을 시기에 그럭저럭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그처럼 맛난 음식을 만들어 내는 데 미원은 필수이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친숙한 존재였습니다. 이렇듯 우리 어릴 때 추억의 입맛은 건강과는 무관하게 이미 MSG에 깊숙이 길들며, 그것이 할머니와 어머니의 손맛이라 생각하며 성장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미원이 몸에 좋은지 해로운지에 대한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MSG 유해성 논란의 시작과 현재
1968년 '로버트 호만 곽(Robert Ho Man Kwok)'이라는 의사가 '중국음식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란 주제로 의학 전문지에 부작용 등을 기고하고 이것이 New York Times에 실리면서 MSG는 일약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이후 여러 실험 사례가 등장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퍼지며 오늘날까지도 그 유해성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MSG는 과연 안전한 것일까요?
MSG는 아미노산이 없습니다. MSG는 **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 MSG)**입니다. 글루탐산과 글루탐산나트륨은 이름과 화학식도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물질입니다. 그러나 가공식품 중에는 단순히 조미료(아미노산 등)로 표시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오해하기 쉬우나, 글루탐산나트륨에 아미노산이 직접 들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MSG는 하나의 글루탐산 이온과 하나의 나트륨 이온이 결합하여 글루탐산나트륨이 되는 것입니다. 글루탐산나트륨에는 31%의 소금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글루탐산나트륨이 짜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글루탐산 특징 중 하나인 맛의 중화, 즉 부드럽게 만드는 융합 작용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양보다 백배는 강력하기 때문에 우리는 짠맛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글루탐산나트륨은 일반적으로 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들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이 말을 언뜻 듣기엔 사탕수수에 글루탐산나트륨이 포함되어 있어 이것을 특수한 방법으로 정제해서 뽑아내는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엄밀히 말해 사탕수수의 찌꺼기(폐당밀)를 이용해 유전자 재조합으로 만든 균을 배양하는 방식으로 제조합니다. 여기에서 생성되는 글루탐산 균들을 배양하기 위해 주는 일종의 먹이가 폐당밀입니다.
이 먹이의 일부는 사탕수수 외에 포도 찌꺼기도 글루탐산 탄소를 배양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탕수수(폐당밀)는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박테리아 균의 배양을 위해 주는 단순한 먹이의 일부이며, 아미노산 합성 유전자변형 박테리아의 먹이에 "화학 합성 암모니아"도 주고 있습니다. 이 발효 과정에서 비타민 B 복합체를 저해시키고, 글루탐산 생산 균의 글루탐산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첨가제와 질소원(황산암모늄) 등, 발포를 조절하는 약제가 추가로 들어갑니다.(출처: グルタミン酸ソーダ (MSG) 工業の現況と製造法に関する考察)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제조 방법이나 합성 방법은 제조사들이 자세히 설명하려 들거나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저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만든다는 것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탕수수만으로는 어떠한 방법을 사용해도 글루탐산나트륨을 추출할 수 없습니다. 사탕수수(폐당밀)에 "유전자 조합으로 만든 박테리아"의 일종인 단백질 분해효소를 주입하여 화학 반응을 일으켜야 비로소 글루탐산이 생성되고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 글루탐산나트륨이 우리 체내에 들어가게 되면 우리의 침이 글루탐산 이온에 포함된 나트륨을 녹여 글루탐산이 뇌에 잘 전달되도록 신호를 보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뇌는 '단백질이 풍부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구나 하는 인식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결국 글루탐산나트륨이 뇌와 직접적이고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유해성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1년 미만의 어린 유아들에게는 소량이라도 먹이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FDA에서도 여러 번의 실험 결과 MSG의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재차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국내뿐 아니라 선진국, 특히 일본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세계에서 식품 첨가물의 종류가 가장 많은 곳과 가장 많은 종류가 허가된 곳 모두 일본입니다. MSG가 발견된 곳도 일본이고 식품 첨가물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 또한 일본입니다. 그런 만큼 기술과 연구에서도 앞서 있겠지만, 이런 물질들이 발견되고 사용된 지는 그리 오랜 세월이 흐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온전한 안전은 장담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한두 가지가 아닌 몇 가지 화학조미료의 조합은 단 품목의 섭취 때와는 전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설탕의 치사량은 1.8kg, 소금은 240g, 글루탐산나트륨의 치사량은 972g으로 되어 있습니다. 웬만큼 먹어서는 딱히 다른 것들과 비교해서 전혀 해롭지 않다는 결론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가공식품이나 각종 소스류에는 개수를 파악하기조차 힘들 만큼 많은 가짓수의 조미료들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맛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 현명한 소비가 필요한 때
요즘은 유튜브나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들까지 가세하여 온갖 종류의 요리와 음식, 먹방 프로그램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맛을 위해선 어느 정도 예상되는 위험까지도 “그게 뭐가 대수라고” 할 정도의 무모함도 보입니다.
오늘날 현대인의 맛에 대한 집착은 너무 과도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나 요식업계에서는 그런 소비자들의 욕구에 자연스럽게 영합하려 듭니다. 이러한 현상은 가공식품이나 외식업계의 경쟁 심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와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생존과 더 많은 이윤 확보를 위해 소비자들의 건강 따위는 관심 없이 앞으로도 교묘히 이용만 할 것입니다.
이제 소비자들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한낱 글루탐산나트륨만을 문제 삼으며 배척한다면, 결국 소탐대실의 큰 우를 범하는 행동이 되고 말 것입니다. 자!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입니다.
부디 올바른 식생활과 외식 문화로 건강하고 질병 없는 건강한 삶을 영위합시다! 미묘한 맛의 세계에서 길을 잃지 않고, 우리의 식탁을 현명하게 이끌어 나가는 지혜로운 미식가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